이단 규정의 원칙과 기준 및 과정

최태영 | 입력 : 2022/08/05 [05:23] | 조회수: 548

 

목회자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총회는 어떻게 이단을 규정하며 그 기준은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총회가 이단 규정에 있어서 원칙이 없다는 말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총회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다음부터 ‘위원회’)가 사용해 왔고 또 재정비하고 있는 운영세칙을 중심으로 하여 이단을 규정하는 원칙과 기준 및 관계자들이 알면 유용한 것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이단을 규정하는 원칙


   이단으로 규정된다는 것은 영적인 사형선고를 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불편부당하게 함으로써 오류나 억울한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며 공정한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위원회에서는 이단으로 의심되는 대상에 대하여 조사하고 이단으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가지고 임하고 있습니다.

 

  1) 이단 연구과 규정의 궁극적 목적은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입니다.

 

정죄하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회개하고 바른 교리로 돌아오도록 하여 영적으로 살리는 목적으로 모든 과정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단과 접촉하거나 조사하거나 논쟁하다 보면 때로는 증오심이 발동하여 성급하게 이단으로 단죄하고 끝내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다 보면 자칫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죽이는 결과에 이를 수 있습니다. 교회 또는 교인을 이단으로부터 보호하는 목적과 아울러, 불행하게 이단에 빠진 사람들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진리를 바로 알고 회개에 이를 수 있도록 기도하며 임해야 합니다.

 

  2) 증거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추측이나 선입견을 배제하여야 합니다.

 

법정에서 재판할 때는 반드시 객관적인 증거에 근거하여 판단합니다. 그렇지 않고 주관적인 심증에 근거하면 크게 오판하여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단을 규정하는 것은 일종의 영적 재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추측이나 선입견은 철저히 배제하고, 심증이 가더라도 반드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한 다음에 신중하게 판단을 내림으로써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3) 가능한 당사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성경에 이편의 말만 듣지 말고 저편의 말도 들어야 하였고, 사회 법정에서 재판을 할 때는 검사의 논고만 듣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의 변론도 충분히 듣고 판단합니다. 이단 규정에 있어서는 이단에 대한 편견에 의하여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판단할 유혹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지적인 한계가 있고 감정에 휘둘릴 가능성도 있으므로 우리의 판단을 너무 신뢰하면 안 됩니다. 역지사지의 태도로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해야 합니다.

 

  4) 정치적 의도 및 판단을 배제하여야 합니다.

 

우리나라 그리스도인들도 정치적 편향성이 생각보다 크다는 말이 있습니다. 각자가 정치적 입장을 가지는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그것을 이단 판단에 적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단을 연구하고 규정하고자 할 때 정치의 영향력을 배제하기가 쉽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단 연구의 대상이 된 사람의 정치색이 본인과 다를 경우 부정적으로 접근하기 쉽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단 연구와 판단에서 혹시 정치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스스로에게 철저히 따져 물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5) 정치와 더불어 이단 규정에서 피해야 할 것은 윤리와 교리를 혼동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윤리적으로 범죄가 있다고 하여 이단인 것은 아닙니다. 윤리는 그 사람의 행위를 문제로 삼지만 이단은 그 사람의 교리 또는 사상을 문제로 삼습니다. 교리와 윤리가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윤리적 과오를 교리적 과오로 바꾸면 안 됩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윤리적으로 흠결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것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신념과 사상에 이단성을 찾을 수 있어야 이단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이단 규정에 있어서 윤리는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6) 이견(異見)이 있거나, 애매모호하여 확신이 서지 않을 때에는 판단을 보류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남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특히 남의 신앙과 사상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최대한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자신도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실수가 상대편을 이단으로 규정하게 만들어 영적으로 치명적인 상태에 빠뜨리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범죄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증거가 불충분하고, 또 명확한 판단에 이를 수 없다면 차라리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런 때에는 가라지를 뽑으려 하지 말고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해야 하겠습니다.

 

2. 이단 규정의 기준


   어떤 개인이나 집단, 혹은 어떤 사상을 이단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단인지 아닌지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 기준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성경입니다. 사실상 성경 외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다른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은 그 자체로 불법에 해당합니다. 또 성경은 구원의 진리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완전하기 때문에 성경 외의 다른 것을 가져 올 필요가 없습니다. 성경의 가르침과 현저하게 다르거나 모순된 사상이 이단이고, 또 그런 사상을 추종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이단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성경 해석입니다. 이단들도 대부분 성경을 근거로 자기들의 이단 사설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핵심은 이단들이 성경을 잘못 해석한다는 것입니다. 올바로 해석하지 않으면 성경을 빙자하여 최악의 이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올바로 해석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여기서 나타나는 질문은 성경에 대한 가장 훌륭한 해석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역사상 성경을 가장 잘 해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작성된 것이 보편적으로 공인된 신조 및 신앙고백입니다. 신조와 신앙고백에는 성경이 가르치는 핵심적인 진리 곧 구원의 교리가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이단에 대한 판단은 보편적 권위를 가진 신조, 신앙고백, 그리고 신학적으로 검증된 보편적 교리를 기준으로 하게 됩니다. 위원회는 성경의 올바른 해석을 위하여 총회 헌법(교리편)에 수록된 사도신경, 신조(12신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및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중심으로 하고, 기타 개혁교회의 교리와 신학 전통에 의지하여 성경을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위와 같은 기준에 의하여 보편적 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이단 사설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간 나타난 주요 이단을 교의학의 체계에 따라 나누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위원회가 어떤 대상을 이단으로 규정할 때는 반드시 아래에 준하는 증거를 확인하고 심사숙고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1) 계시론에서, 성경에서 벗어난 계시 즉 비성경적인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꿈에서나 환상에서나 환청 등을 통해 비성경적인 내용의 계시를 성령으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주장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성경론에서, 성경과 동등한 권위를 가진 다른 경전이 있다고 하거나,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성경의 권위를 부정하거나, 성경을 자의적으로 현저히 잘못 해석하는 것입니다.

 

원리강론이나 몰몬경 등을 성경과 동등한 권위가 있다고 주장하는 집단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모든 이단은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합니다. 자의적이라는 말은 자기 마음대로라는 말인데, 이단이 아닌 사람들도 어느 정도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사실이므로 이것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자의적으로 ‘현저히 잘못’ 해석하는 경우에 이단이라고 판단한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3) 삼위일체론에서, 하나님이 삼위일체임을 부정하거나, 삼위일체를 현저히 잘못 가르치는 경우, 예를 들어 종속론, 양태론, 삼신론 등으로 가르치는 것입니다.

 

성경이 계시하는 하나님의 특징이 삼위일체입니다. 그런 점에서 삼위일체를 믿는 기독교가 유일하게 완전한 구원의 종교이고, 다른 종교는 삼위일체를 모르므로 기독교와 동등한 가치를 부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삼위일체론은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삼위일체를 가르치되 설명이 신학적으로 다소 부족하다고 하여 이단으로 규정하면 안 될 것입니다.

 

  4) 그리스도론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참 하나님과 참 사람(vere deus vere home)임을 부정하거나,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독생자임을 부정하거나, 성육신, 동정녀 탄생, 죄 없음, 대속적 죽음, 부활, 승천, 재림, 심판주이심을 부정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고대 신학이 그리스도론을 잘 정립하였고, 그것이 사도신경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5) 성령론에서, 성령의 신성 또는 인격성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성령을 단지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능력으로만 알고 믿는 것은 성령의 인격성을 부정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6) 구원론에서,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 이신칭의를 부정하거나, 오직 은총으로 구원받음을 부정하는 펠라기우스주의(준펠라기우스주의 포함),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구원자를 인정하는 종교다원주의를 옹호하는 것입니다. 칭의론은 교회가 서고 넘어지는 관건이라고 하였는데, 종교개혁 500주년을 전후하여 이신칭의론을 왜곡하거나 경시하는 이단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7) 종말론에서, 신자의 부활, 심판, 천국, 지옥 등을 부정하거나, 지나친 시한부 종말 주장하면 이단으로 규정됩니다. 현대의 신학에서 심판을 가르치기를 꺼리고, 특히 지옥을 부정하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히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8) 교회론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고백하는 공교회를 비방하거나, 공교회 안에 구원의 진리가 있음을 부정하고 자기 집단에만 구원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상당수의 이단들이 보편적인 교회에 구원이 없다고 폄하하고 있습니다. 교회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공교회를 비방하는 것은 머리이신 예수님을 비방하는 일이 될 수 있으므로, 개혁의 대상을 정확하게 명시함으로써 교회 자체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9) 인간론에서, 인간을 신격화하거나, 교주를 메시야 또는 성령으로 칭하거나, 신자가 의인이면서 죄인(simul iustus et peccator)임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10) 창조론에서, 하나님의 창조주임을 부정하거나, 창조신앙과 모순되는 진화론을 주장하거나, 하나님이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지었음을 부인하는 퀴어(queer) 사상을 옹호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현재 교회와 사회에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치는 이단은 창조주 하나님을 부정하는 퀴어 사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3. 이단 규정의 과정


   많은 사람이 우리 교단 총회가 어떤 과정 혹은 절차를 거쳐서 이단으로 규정하는지를 궁금해합니다. 이에 대하여 위원회의 내규와 시행세칙은 매우 자세하고 합리적인 매뉴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대상을 이단으로 규정하기까지는 일견 상당히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조사 및 연구 대상 결정


   위원회는 아무나 조사하고 연구하지 않습니다. 15인으로 구성된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사 및 연구하기로 결의해야 비로소 시작합니다.


   조사, 연구하기로 결의하기 위해서는 총회 산하 노회로부터 안건으로 헌의되어야 합니다. 개인 또는 지교회가 총회에 곧바로 질의하거나 청원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위원회의 업무가 과다해져서 마땅히 다루어야 할 중요한 안건을 다루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단에 관한 웬만한 문제는 지역의 이단상담소 또는 지역 노회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에서 처리하고, 거기서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에만 총회의 위원회가 담당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노회의 헌의가 없더라도 교회 및 교인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고 있을 경우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결의하여 조사 및 연구할 수도 있습니다.

 

  2) 위원회 안에 조사분과와 연구분과가 있습니다. 먼저 조사분과에서 충분한 조사를 마친 다음에 연구분과에 넘겨서 연구에 들어갑니다. 이 일을 추진하기 위하여 위원회는 전문위원(상담소장 포함)을 두고 있습니다.

 

  3) 조사 및 연구대상자가 타교단 소속일 경우는 해 교단 총회에 질의하여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할 수 있고, 그것을 주요 참고자료로 사용하게 됩니다. 조사 및 연구가 끝나면 조사보고서 또는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연구보고서는 초안이 작성된 후 전문위원 전원이 검토한 후 각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고, 그 후에 연구분과에서 심의합니다. 가능한 한 연구분과에서 심의를 끝내기 전에 당사자에게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연구의 공정을 도모합니다. 그 후 전체 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한 후 총회에 보고합니다. 최종연구보고서가 총회에서 받아들여지면 모든 조사와 연구가 완결됩니다.

 

  4) 재심


   총회의 결정이 있은 지 3년이 경과한 후에는 재심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재심도 재심청원의 주체만 다를 뿐 초심과 거의 동일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상으로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가 어떤 과정과 원칙, 그리고 기준으로 이단을 규정하는지 그 중요한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단규정은 영적인 면에서 사법의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법부는 가장 신뢰받는 기관인데, 사법부의 신뢰성이 무너지면 그 사회는 위태롭게 됩니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의 영적 사법부에 해당하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의 신뢰성이 무너지면 이단을 규제할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는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엄격한 절차를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 이 원칙과 기준이 잘 준수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총회이단사이비문제상담소장 최태영 교수)

 

최태영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장신대학원에서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영남신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은퇴하고 현재는 목회를 하고 있다.   

 

http://lawtimes.net/4041 13년 동안 최삼경에게 농락당한 예장통합 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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